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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에 대한 고찰

칼럼
작성자
 Sio
작성일
2022-05-29 12:47
조회
1691
'관객의 박수를 먹고 사는 직업'이라는 말이 있듯 마술사는 관객의 박수에 큰 힘을 얻기도 하며,

박수를 받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세우기도 합니다.

이번 칼럼에선 박수에 대해 여러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 "Please Clap", "박수 받아야겠죠?"

박수는 보통 무대 위 사람이 감동적인 연설을 했거나, 멋진 퍼포먼스를 보였거나, 재밌는 씬을 연출했을 때

관객 스스로 감정의 변화를 느꼈거나, 수고한 공연자를 위해 감사의 의미로 치곤 합니다.

한때 미국에서 'Please Clap(박수 부탁합니다)'이라는 밈이 돌았습니다.

우선 짧은 영상을 하나 볼까요?



미국의 정치인 젭 부시가 자신의 연설이 끝났는데도 청중이 박수를 하지 않자

"Please Clap"이라는 말을 했고 CNN 뉴스에 오를 정도로 사람들의 조롱거리가 된 사건입니다.

박수가 없었다는 건 그의 연설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역부족했다는 것인데,

자신의 민망함, 부족함을 가리기 위해 사람들에게 박수를 해달라고 직접적으로 말하는 건

오히려 비웃음을 살 선택이었던 것이죠.

 

"박수 받아야겠죠?"와 같은 말도 마찬가지입니다.

박수를 하는 건 관객의 선택인 것인데,

이를 강요하는 것을 넘어 당연히 받아야만 한다는 식으로 직접 말한다면,

관객을 위한 마술이라기보단, 박수를 받기 위한 자기과시처럼밖에 보이지 않을 겁니다.

그럼 박수를 어떻게 받아야 할까요?

 

 

📍 "감사합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입니다.

그리고 사람에게 있어 문화적, 사회적 약속은 꽤나 중요한 것입니다.

많은 마술사들이 박수를 받기 위해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합니다.

이는 동서고금을 망라하고 잘 먹히는(?) 방법이죠.

사람들이 "감사합니다"라는 말에 답하기 위해 박수를 쳐주기 때문입니다.

잘 먹히는 방법일지라도 우리가 가지고 있어야 할 마음을 되돌아 볼 필요는 있는 것 같습니다.

그저 박수를 받기 위해 기계적으로 하는 "감사합니다"가 아닌

"(제 마술을 봐주셔서)감사합니다" 여야 하는 것이지요.

우리가 마술을 하면서 내뱉는 말이 무의미한 말이 아닌 내 생각과 마음을 표현하는 말이 되어야 하니까요.

그 마음에 관객이 다시 한 번 답으로써 박수를 주신다면 고마운 일인 것이고요.

 

 

📍 "편하게 치셔도 됩니다", "더 크게 쳐주셔도 돼요"

어쩌면 마술이 다소 마이너한 장르라 겪는 일인 것 같습니다만,

마술을 눈앞에서 처음 보는 관객 대다수는 신기한 일이 벌어졌을 때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몰라 머뭇거리곤 합니다.

박수 짤과 움짤 모음 - 짤봇

특히 클로즈업 같은 소규모 공연에서는 주변 사람의 눈치를 보는 경우가 잦습니다.

인원수가 적다 보니 자신의 행동이 크게 눈에 띄며, 분위기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죠.

박수 자세까지 했는데 머뭇거리는 관객이 보인다면 "편하게 치셔도 됩니다"와 같은 말로

관객에게 '아, 신기함을 느꼈을 때 박수로 표현하면 되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끔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박수를 할 생각조차 없어 보이는 사람들에게 한다면 역효과만 있겠지만요.

 

 

📍 포즈, 공백

포즈와 공백은 많은 마술 이론서에서 소개하는 방법들입니다.

분위기로 마술이 끝났다는 것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것이죠.

포즈가 꼭 과하거나 엔딩 요정 같이 폼을 취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가볍게 양손을 벌리며 관객 쪽을 정면으로 향하거나,

현상이 끝나면 사용한 도구를 모두 내려놓고 관객을 쳐다보거나 하는 등의 마무리 동작 같은 것입니다.

물론 닥터 레옹의 "컴플리트"나 미스터 마릭의 "핸드파워" 같은 포즈도 여러분의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겠죠.

네오인셉션

또는 공백을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신기한 마술 현상이 끝나면, 관객에게 충분히 놀랄 시간을 주며 마술사가 모든 동작과 말을 멈추고 관객을 쳐다보는 겁니다.

사람들은 공백을 자신들이 채울 차례라고 느끼며 박수로 채워줍니다.

 

 

📍 무조건 박수를 받을 필요는 없다

이 역시 많은 마술사들이 동의하는 바일 겁니다.

사람이 정말 놀라고 말도 안되는 광경을 봤을 때 보이는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이 뭘까요?

아마 박수라기 보단 '헉!'과 같이 숨을 삼키는 행동일 겁니다.

여러분이 정말 마법같은 현상을 표현하고 싶다면 박수가 아닌 저런 리액션이 목표여야 할 겁니다.

개인적으로 관객에게 박수를 받았나, 안 받았나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관객이 신기함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마술이었나에 목표를 두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우리가 목표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걸어야 할 길이 정해지니까요.

 

 

◾ 마무리

해외에서도 How do you turn astonishment into applause?(놀라움을 어떻게 박수로 바꾸는가?)에 관한

논의는 여러 커뮤니티에서 자주 있곤 합니다.

뿐만 아니라 여러 이론서에서도 박수에 대한 주제를 다루고 있고요.

여러분도 이번 기회에 '마술'이 아닌 '박수'에 대해 고민하고 공부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여러분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전체 13

  • 2022-05-29 13:30

    이 글은 박수를 받아야겠네요~~ 짝짝짝


    • 2022-05-29 15:13

      여기서 박수쳐주시면 됩니다! 👏👏


  • 2022-05-29 13:32

    박수 받아야겠죠? 이거 최현우 마술사님이 굉장히 자주 쓰시는 표현이라 다른 사람들이 따라할 때가 많더라고요


    • 2022-05-29 13:36

      그렇더라구요
      최현우 마술사님만의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전 개인적으론 박수유도 멘트를 싫어해서 최대한 배제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 2022-06-03 21:54

    저는 마술 끝나고 제가 먼저 박수를 치면, 관객분께서도 따라서 치더라구요🤣🤣🤣 건강에도 좋고, 반응도 좋고 1석2조입니다ㅎㅎ


  • 2023-01-05 19:02

    제가 어디서 읽은바에 의하면 사람이 가장 놀라면 박수도 숨을 삼키는것도 아닌 경직된다고 합니다.
    이게 마술사에게는 최고의 반등 아닐까요?


  • 2023-01-23 12:59

    데이비드 카퍼필드의 팔 마술이 떠오르네요
    마지막에 자연스럽게 박수를 치게 만드는게 기억에 남아있어요


  • 2022-08-17 12:51

    좋은 글 감사합니다.


  • 2022-05-29 15:12

    멘트 관련해서 고민 많았었는데 칼럼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 2022-05-29 20:50

    정말 좋은 글입니다!!


  • 2022-05-30 07:41

    아니면 그냥 마술 시작하기 전에 "신기하시다면 박수 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같은 거는 어떨까용


    • 2022-05-30 08:54

      그런 안내는 충분히 할수있고 괜찮다고 생각해요!


  • 2024-02-11 21:47

    이젠 박수도 고찰이 나오다니 다올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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