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헤클러 : 나의 절망을 바라는 당신에게

칼럼
작성자
 9서클대마법사
작성일
2024-03-05 16:07
조회
311
img.png

헤클러, 그들은 누구인가?

마술을 하다보면, 정말 다양한 부류의 관객을 만난다.

마술 자체를 처음 봐서 모든 현상에 감탄을 하는 관객들도 있고,

마술에 대해 어느정도 알고 있어서 특정 현상을 보여달라고 하는 관객도 있고,

마술 자체를 망치려하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가 마술을 하면서 가장 만나기 싫은 관객은 마지막 관객일 것이다.

소위 '헤클러(Heckler)'라고 부르는 이 관객의 부류는 영어단어 말 그대로 '못살게 구는 사람', '괴롭히는 사람'을 의미하며, 마술에서는 간단히 '마술을 망치고 싶어하는 사람들'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헤클러들을 처리할수 있을까?

 

 

그들은 헤클러가 맞는가?

우선, 한가지를 짚고 넘어가야한다고 생각한다.

마술사의 입장에서 방해되고 원하는 대로 마술이 흘러가지 않는다고 해서 '헤클러'가 되는 것은 아니란 것이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키카드 마술을 하는데 분명 컷만 하라고 했는데 리플셔플을 해버려서 마술을 망쳤어요!'

'빌렛 연출을 하는데, 관객이 본인이 적은 단어랑 다른 단어를 말했어요!'

'동전과 카드로 매트릭스를 하는데 중간에 카드 밑을 자꾸 보려고 해요!'

위의 행동이 정말로 '마술을 망치려고 하는 행동'일수도 있다. 하지만, 사실 대다수는 그저 '궁금하고 의심이 생기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언제부턴가 많은 상황에서 '마술은 해법을 찾으려하기보다는 그 현상자체에만 집중하세요'라고 '소위 관람 에티켓'을 강요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 같다.

그러나 나는 이는 소위 뮤지컬계의 '시체관극'과 같은 강제 예절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에게 있어서 '의심과 궁금증'은 지적생명체로서 당연한 행동이며, 관객의 자유라고 생각한다. 데카르트도 말하지 않았는가, '나는 의심한다, 고로 존재한다'라고.(물론 원 뉘양스는 전혀 다르지만서도) 관객이 그저 신기해면서 즐기기만을 기대하는 것은 어쩌면 모든 관객을 그저 어린아이로 취급해버리는 무시하는 행위일 수도 있으며, 이것을 따르지 않는 관객을 모두 헤클러처리하는 것은 마술사가 지양해야할 태도라고 생각한다. 정말 뛰어난 마술사라면, 그러한 의심이나 행동에 대해서도 미리 상황을 상정하여 연출을 고민하는 것이 더 맞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그저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다고 선량한 관객을 헤클러 취급하는 것은 스스로의 실력을 답보상태로 만드는 것일 뿐이다.

 

 

그런데 정말로 마술을 망치려 하는 사람이면 어떻게 하죠?

물론 실제로 마술을 망치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있다. 고의로 카드를 힘으로 뺏어가서 확인을 하려하거나, 타짜의 아귀로 빙의하여 마술사의 손목을 잡는 등의 행동을 하는 관객들도 분명 없지 않다. 이러한 사람들에 대한 해결법으로, 유명한 마술이론서인 다윈오티즈의 '스트롱 매직'에서는 아래와 같은 해결법을 제안한다.

1. 헤클러에게 관심을 주지 마세요. 그들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행동하세요.

2. 헤클러를 제외한 나머지 관객들에게 집중하세요. 관객들이 당신의 편이 되어 헤클러에게 무언의 압박을 주어 헤클러가 멈추게 하세요.

위의 내용 자체는 훌륭한 대처법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실제로 이러한 관객들을 만나는 경우보단, 위에서 언급한 단순히 의심많고 궁금한 관객의 경우가 훨씬 더 많다고 생각한다. 이 글을 읽는 대다수가 길거리/프로마술사보다는, 주로 관객이 지인인 아마추어 마술사가 많을 것이기에, 정말 관심을 받기 위해서, '마술을 망치기 위해서' 행동하는 '헤클러'를 만날 일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헤클러의 등장은 언제나 천재지변과 같다. 또, 헤클러는 '절대적인 악인'이 아니다.

평소에는 친하게 지냈고, 일/사적으로도 뜻이 잘 맞고 통하던 친구나 동료가 마술을 보는 관객이 된 순간 카드를 몰래 빼돌리는 헤클러로 변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며, 매사 내 뜻을 지지해주고 응원해주던 가족이 마술을 보는 순간 도구를 가져가서 확인하려는 것 역시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이런 경우에도 위처럼 단순히 무시하거나 나머지의 관객을 우리의 편으로 만드는 방법을 사용할수 있을까? 마술이 끝난 후에도 계속해서 관계를 이어가야하는 사람들인데?

 

 

결국 해답은 연습과 인정, 그리고 태도이다.

고전적인 해답은, 더 많은 연습을 해라! 이다.

더 정확한 핸들링과 미스디렉션의 구상, 패터의 연습을 통해서 관객이 의심을 가지거나 당신의 행동에 개입할 순간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헤클러의 탄생을 예방하는 훌륭한 방법이 된다. 마술을 아무리 망치고 싶어하는 관객이어도, 물 흐르듯 흘러가는 순간들과 임팩트가 강하다면 소위 '끼어들 타이밍'을 잡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본인의 기술미스로 인해 생긴 플래쉬에 대해 지적하는 관객에 대해서 '헤클러'로 몰아가거나 화를 내기보단 연습이 부족한대도 마술을 보여주려한 자신에게 화를 내는 것이 더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다.

관객과의 적절한 관계형성도 잊지 말자.

우리는 결코 '관객을 바보만들기'나 '관객에게 나의 기술의 우월함'을 보여주고자 마술을 하는 것이 아니다.

마술사가 먼저 관객과의 대결구도를 만들면, 자연스레 관객은 이에 응해 더 지적을 많이 하려 하게 되고, 이는 '헤클러의 탄생'을 만드는 것 밖에 안된다. 우리는 관객에게 '기적과 같은 순간'을 만들어주는 것을 위해 마술을 하는 것을 잊지 말자. 훌륭한 마술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마술사와 관객 모두가 잘 협력해야 함을 잊지 말자.

위와 연결되는 내용으로, 본인의 문제나 상황에 대한 인정도 중요한 요소이다.

예를 들어 연습을 충분히 해서 플래쉬가 나지 않았음에도, 클래식한 엠비셔스 루틴을 하던 중 관객이 더블턴오버를 의심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최근 워낙 마술유튜브 등이 활성화되어서 일반인들도 아는 경우가 왕왕 있다)

이럴때 '엥? 전혀 안들키기 완벽한 푸쉬오프 더블리프트를 했는데!'라고 생각하고 관객에게 우기기보단, '오, 그런 방법도 있겠네요!'라고 하면서 탑체인지나 세컨딜을 통해서 연출을 바꾸는 방법을 고려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관객이 지적하는 상황이나 가능성 등에 대해서 말도 안되는 것으로 치부하기보다 좋은 방법일수 있음을 인정하고 다음에는 그런 방법으로 해보겠다고 하여 좋은 관계를 만드는 것도 생각해보자.

일례로, 나는 실제로 저렇게 지적당한 상황에서 고의로 엉성한 더블리프트를 보여주며 '오, 이거 연습하면 정말 좋은 방법이 되겠는데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 꼭 잘 써볼게요!'라고 하여 오히려 관객을 더 높여줌으로서 상황을 모면한적도 있다.(물론 해당 마술 내내 푸쉬오프 더블리프트를 잘만 썼지만서도)

또다른 예시로, Think of a Card가 있다. 여러가지 루틴이 있겠지만, 나는 료마술사의 The Key에 등장하는 연출과 폴 윌슨의 A Beautiful Mind에 등장하는 연출을 이어서 하길 즐겨하는데, 이때 나는 항상 꼭 미리 주지하고 하는 패터가 있다. 간단하게만 기술하면..

'이번에는, 관객분이 생각한 카드를 맞추는 마술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고르지도 않고 생각만 한 카드를 맞추면 정말 더 신기하겠죠?

그런데 이 마술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관객분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정말로 그 카드를 집중해서 저에게 텔레파시로 보내주셔야합니다.

우리 둘이 마음이 잘 맞고 서로 잘 연결되야만 우리는 기적과 같은 순간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저를 도와주실 준비가 되셨나요?'

(실제 구체적인 패터의 몇몇 단어는 일부러 빼고 썼다)

위의 패터를 통해서 나는 '내가 혼자서 하기에는 부족한 존재'임을 인정하고, '관객이 머리속으로 생각한 카드를 꽁꽁 숨기면 마술사가 그 속을 뒤집어 찾아가면서 찾는 경쟁구도 마술'이 아니라 '관객이 생각한 카드를 마음을 통해 마술사에게 전달하는 협력구도 마술'로 프레임을 짠다. 이렇게 스스로를 낮추면서 도와달라고까지 하면, 소위 마술을 망치고 싶어하는 헤클러라 해도 대부분은 마술사를 도와주는 방법을 택하고 마술은 성공적으로 끝난다.

(이렇게까지 했는데 고의로 망치면 그건 진짜 천재지변이지 뭐.. 이런 경우에도 관객의 탓을 하기보단 마술사가 스스로 정보를 잘 받아들이지 못해 미숙했다고 난 인정해버린다. 그러면 적어도 해당 관객은 자신이 마술을 망쳤다는 즐거움보다는 사실은 잘 됬는데 본인이 망쳤다는 약간의 괴로움이 남고 그 자리가 파하기 전에 먼저 해당사실을 고백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는 왜 마술을 하는가

우리는 왜 마술을 시작했는가?

언제 시작했는지, 어떤 마술로 시작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적어도 나는 다른 이들과 행복을 함께 나누고 즐기기 위해서 시작햇던 것으로 기억한다. 마술을 하면 할수록, 해법과 기술에만 집착하게 되면서 언제부턴가 이러한 나의 초심을 잃은 것 같다고 느껴질 때도 있다.

언제나 초심을 잃지 말자. 위키백과에 실린 마술에 대한 정의를 첨부하며 이만 글을 마친다.

마술이란 상식적인 판단으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되거나 기묘한 현상으로 보이는 트릭이나 환상을 자연적인 방법들을 사용해 관객들에게 공연함으로써 관객을 즐겁게 하는 공연 예술이자, 그 뒤에 숨겨진 기술을 현대에 총체적으로 일컫는 말이다

출처 : https://reviewmasterworld.tistory.com/191
전체 8

  • 2024-03-05 17:14

    이야... 엄청 좋은 글이네요!


  • 2024-03-05 21:10

    정말 엄청난 걸 깨닫게 하는 글....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 2024-03-05 22:31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2024-03-05 22:49

    정말 좋은 글이네요


  • 2024-03-06 03:49

    좋은 글 고맙습니다.


  • 2024-03-06 07:39

    좋은 글 고맙습니다


  • 2024-03-06 10:53

    너무 좋은 글 감사합니다


  • 2024-03-07 21:55

    초심을 유지하는게 아주 어려운 일인데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는 좋은 글이네요.
    글을 읽으면서 요즘의 저를 돌아보며 반성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초심을 잃었다 생각들때마다 다시 정독해야겠습니다.


전체 734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추천 조회
공지사항
[칼럼] ✨ 베스트 칼럼 ✨
ARCANA | 2022.07.01 | 추천 11 | 조회 6699
ARCANA 2022.07.01 11 6699
59
[칼럼] 우리는 서커 트릭을 이해하고 있는가 (1)
 슈슈슈 | 2024.04.10 | 추천 3 | 조회 247
 슈슈슈 2024.04.10 3 247
58
[칼럼] 연습에 관한 짧은 생각들. (4)
 꿈판 | 2024.03.06 | 추천 2 | 조회 310
 꿈판 2024.03.06 2 310
57
[칼럼] 헤클러 : 나의 절망을 바라는 당신에게 (8)
 9서클대마법사 | 2024.03.05 | 추천 3 | 조회 311
 9서클대마법사 2024.03.05 3 311
56
[칼럼] 에세이 / 그때의 눈으로 (8)
 펄님조아 | 2024.02.01 | 추천 2 | 조회 460
 펄님조아 2024.02.01 2 460
55
[칼럼] 마술 연출에 있어서 '패터'에 관한 단상 (9)
 9서클대마법사 | 2024.01.14 | 추천 2 | 조회 620
 9서클대마법사 2024.01.14 2 620
54
[칼럼] 인상에 남던 카드 마술 연출 몇가지 (7)
 9서클대마법사 | 2023.12.22 | 추천 0 | 조회 856
 9서클대마법사 2023.12.22 0 856
53
[칼럼] 하나 둘 셋 김치~ (4)
 브리 | 2023.12.08 | 추천 1 | 조회 564
 브리 2023.12.08 1 564
52
[칼럼] 카드 포스 (5)
 J.M | 2023.11.29 | 추천 0 | 조회 761
 J.M 2023.11.29 0 761
51
[칼럼] 스투지는 마약옥수수이다 (4)
 시나몬 | 2023.11.19 | 추천 3 | 조회 512
 시나몬 2023.11.19 3 512
50
[칼럼] 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 (5)
 브리 | 2023.11.07 | 추천 5 | 조회 659
 브리 2023.11.07 5 659
49
[칼럼] 나는 왼손잡이야 (8)
 브리 | 2023.10.16 | 추천 0 | 조회 662
 브리 2023.10.16 0 662
48
[칼럼] '어려운 기술'에 대한 고찰 (6)
 zp | 2023.10.09 | 추천 3 | 조회 637
 zp 2023.10.09 3 637
47
[칼럼] Side & Face (5)
 야루 | 2023.10.02 | 추천 0 | 조회 686
 야루 2023.10.02 0 686
46
[칼럼] 우리 패스는 말이죠 (7)
 zp | 2023.10.01 | 추천 1 | 조회 916
 zp 2023.10.01 1 916
45
[칼럼] 엠비셔스 카드에 관한 짧은 생각 (13)
 9서클대마법사 | 2023.09.29 | 추천 1 | 조회 802
 9서클대마법사 2023.09.29 1 802
44
[칼럼] 머리부터 발끝까지 (15)
 브리 | 2023.09.11 | 추천 6 | 조회 796
 브리 2023.09.11 6 796
43
[칼럼] 진정한 마술이 있을까? (7)
 Woohyukim | 2023.08.13 | 추천 2 | 조회 853
 Woohyukim 2023.08.13 2 853
42
[칼럼] 펭귄 매직 VS 베니싱 잉크 (9)
 브리 | 2023.08.07 | 추천 7 | 조회 1016
 브리 2023.08.07 7 1016
41
[칼럼] 초심자! (6)
 zp | 2023.07.11 | 추천 2 | 조회 797
 zp 2023.07.11 2 797
40
[칼럼] 마술을 하며 머릿속에 넣고 다니게 된 12가지의 생각들 (10)
 꿈판 | 2023.07.09 | 추천 6 | 조회 946
 꿈판 2023.07.09 6 946

마술잡지 아르카나

사업자 번호 : 138-91-51423

대표자 : 박중수

주소: 서울특별시 동작구 동작대로 9다길2 지층

이메일 : arcana_mgz@naver.com

이용약관 및 개인정보취급방침

고객센터 운영시간

월 – 금 : 11am ~ 7pm

주말 및 공휴일 : 휴무

문의처 : 0507-1408-0408 / 아르카나 카카오톡

Bank Info

신한은행 : 110-432-608498

농협 : 563-02-109985

예금주 박중수

통신판매번호 2016-경기의왕-0173

top
Copyright © 2022

Setup Menus in Admin Pan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