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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술(幻術)

칼럼
작성자
 Sio
작성일
2023-03-28 11:12
조회
1339
   

신라악 입호무 <신서고악도>

 

여러분은 혹시 '환술'에 대해 들어보신 적 있나요? '환술'하면 많 은 분이 아마 소년만화에 등장하는 신비한 힘 같은 것이 먼저 떠올릴 겁니다. 하지만 환술은 '재빠른 손놀림이나 여러 가지 장치 등을 이용한 눈속임으로 불가사의한 광경을 보여 주는 전통연희'를 뜻합니다. 맞습니다. 우리가 지금 사랑하는 '마술'의 옛모습을 의미합니다.

2020년 말 대한민국의 민속원에서 <한국전통연희총서03 : 환술· 장애물통과하기·역기>를 출간했습니다. 늘 '한국 마술의 역사는 짧고 남은 기록이 없다'는 막연한 이야기로 아쉬움을 달래야 했던 우리 마술인들에겐 정말 반가운 책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이 책에서 소개한 한국 환술의 역사를 재구성해 가볍게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이 외에도 아주 흥미로운 내용이 가득하니 꼭 여러분도 책을 구매해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환술의 범주는 역사적으로 조금씩 변화를 거쳐 왔습니 다. 현대 마술과 비슷한 형 식의 기예나 공연(연희)뿐 아니라 각종 동물이나 인물, 신선 등을 연기하며 노래하고 춤추는 가면극과 인형극 등도 당시에는 환술의 범주에 포함되기도 했습니다.

그 범주만큼이나 이름도 다양했는데, 중국에서는 유형이나 시대에 따라 기희, 기술, 요술, 희술 등으로 불렀으며, 일본에서는 수품(테지나)이나 메쿠라마시 등으로 불렀습니다. 이후 일본에서 서양의 매직(Magic)이 대대적으로 유입되며 매직이라는 단어의 의미와 발음을 고려해 '마술'이라고 번역했습니다. 그리고 이 명칭이 중국과 한국에도 점차 보편화되었고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습니다.

한국 전통 마술의 역사, 환술의 역사를 살펴보고 싶지만, 결코 쉽지 않습니다. 일본과 중국에는 정말 많은 기록과 자료가 보존되어 있는 반면, 사실 한국 환술에 대한 기록은 매우 단편적이기 때문입니다. 남아있는 기록의 대다수는 칼을 삼키는 기예인 '탄도'와 불을 뿜는 기예인 '토화' 뿐이며, 이를 제외하면 지속적으로 행해진 기록을 찾기 어렵습니다. 그 이유는 당시 지식인들이 환술을 부정적으로 인식했기 때문입니다. 아쉽게도 많이 남아있지는 않지만 당시 환술을 짐작할 수 있는 자료와 기록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삼국시대
한국 역사상 가장 이른 환술연희에 대한 기록은 일본인인 후지와라 미치노리의 <신서고악도>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신서고악도>는 14종의 악기와 44종의 다양한 연희 장면이 그려져 있는 두루마리인데, 이곳에 환술인 '신라악 입호무'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신라의 환술로 보이는 '입호무'는 배우가 두 항아리 중 오른쪽 항아리에 들어갔다가 왼쪽 항아리로 나오는 연희입니다. 그림 속 연희자가 관모를 착용하고있는 것으로 미루어보아 당시 신라에서는 국가에서 전문 연희자를 양성했고 주변국에 파견도 했으리라는 것을 추측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삼국시대 공연예술로서 행해진 환술에 대한 기록은 입호무가 유일하며, 그 배경에 대한 내용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여담으로 2017년 KBS에서 방영한 다큐멘터리 '황금기사의 성'은 당대 신라인들의 생활과 문화를 재현해 보여주었습니다. 도중에 신라악 입호무와 여러 연희 장면이 연출되니 궁금하신 분들은 시청해보는 것도 좋겠네요.

 



 



 

고려시대
고려시대는 환술이 공연예술로 기록된 시기입니다. 고려시대에는 불교와 도교사상이 성행해 각종 공연이 성대하게 베풀어졌습니다.

그중 궁중 연희로 기록된 환술은 탄도와 토화 뿐이지만, 다양한 사상이 인정되고 공연에 대한 수요가 증대된 배경 속에서 환술 역시 활발하게 이루어졌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오방귀 춤추고 사자가 뛰놀며 불을 뿜어내기도 하고 칼을 삼키기도 하네
서방에서 온 저 호인들은
검기도 하고 누렇기도 한 얼굴에 눈은 파란색이네.

<구나행>

위 기록과 같이 궁중행사에서 탄도와 토화가 펼쳐졌다는 것은 두 종목이 확실히 연희종목으로 자리잡았음을 의미합니다.

한편, 고려시대까지는 환술에 능한 중국인들이 조정에서 하위 관 직을 맡거나 왕의 총애를 받았던 것으로 나타납니다. 환술에 능 한 여러 인물이 관직을 부여받거나 권력을 잡은 기록이 있습니다. 불교와 도교가 성행했던 고려는 이런 주술적 성격이 강한 능력이 조정에서 인정받는 분위기였습니다.

       

토화 <신서고악도>, 탄도 <삼재도회>

 



 

조선시대
조선시대에는 성리학을 기본으로 하는 유학 이념이 지배하는 사회가 되면서 전대에 성행했던 대규모의 연희행사는 자취를 감추게 됩니다. 그러던 중 환술을 범죄에 이용한 각종 사태가 벌어지면서 환술은 무지한 백성을 미혹하는 요술 행위로 치부되기 시작했습니다.

심지어 조선 제 9대 왕 성종은 명령을 내려 백성들에게 환술에 속지 말 것을 전국에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환술은 점차 민간으로 음지화되고 사기행각, 범죄행위로 간주되었습니다.

음지에 머물렀지만 삼국시대부터 전해오던 환술의 명맥이 완전히 끊긴 것은 아니었습니다. 16세기 실존인물인 '전우치'에 대해 '환술과 기예에 능하고 귀신을 잘 부렸다'는 각종 기록이 남아 있는 만큼 환술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어진 것 같습니다. 다음은 조선시대에 환술이 민간에서 이어졌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기록 중 하나입니다.

 

또 칼로 종이를 잘라 노끈을 만들어 단단히 묶어 주인의 앉은자리 밑에 넣어 두었는데, 조금 있다가 꺼내보니 죄다 풀려 있고 묶은 곳이 없습니다. 또 말하기를, '능히 다른 사람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써서 봉한 글자를 알 수 있다'고 하였으므로, 과연 '금도'란 두 글자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써가지고 손으로 문질러 와서 그 앞에 두었더니, 그 사람이 한참 동안 침음하다가 곧 연적 위에 그 글자를 썼으므로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깜짝 놀랐습니다. 그 사람이 또 주머니를 열고는 더듬어 보게 하였으므로 손을 넣어 더듬었더니 단지 5문의 돈만 있었는데, 조금 있다가 맨손으로 그 주머니를 열고 움켜낸 것이 50전에 가까웠고, 그 돈을 거두어 그 주머니에 넣게 한 뒤 사람을 시켜 다시 더듬어 보게 했더니 단지 5문의 돈만 있었습니다.

<영조실록>

 

이 기록을 보면 현대의 거짓 매듭이나 슬라이디니 실크(Slydini Silk)의 환술도 보이며, 멘탈 마술, 이중 주머니 같은 기법이 그 당시에도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조선후기에도 환술에 대한 기록을 찾을 수 있는데, 1912년 한국 을 방문한 뉴욕 자연사 박물관 디렉터였던 로이 채프만 앤드류스(Roy Chapman Andrews)는 한 영상을 남겼습니다. 그 영상 속에는 거리에서 공연하는 환술사의 모습이 담겨있는데, 그 형태는 마치 해리 후디니(Harry Houdini)의 탈출 마술과 같이 밧줄에 묶인 상태에서 순식간에 탈출하는 마술과 유사합니다.



<로이 채프만 앤드류스 영상 캡쳐, 미국자연사박물관 소장>

 

그렇게 환술은 조금씩이나마 이어져 내려오다 남사당패 공연에 서 한 꼭지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남사당패의 각 연희 선임자를 '뜬쇠'라 부르는데, 14명의 뜬쇠 중 '얼른쇠'가 있습니다. 얼른쇠가 바로 환술사입니다. 아쉽게도 얼른쇠 공연은 현재는 확인할 길이 없어 어떤 공연이 펼쳐졌는지 알 수는 없지만, '얼른쇠'의 '얼른'이 순우리말 '얼른번쩍'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컨데 여러 물건이 빠르게 나타났다 없어지는 형태의 환술을 보였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렇게 많은 기록이 남아있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에도 마술의 뿌리인 환술이 있었다는 것이 정말 신기할 따름입니다. 당시 한국, 중국, 일본의 환술이 많은 교류가 있었다는 점을 토대로 중국과 일본의 환술이 한국에도 많이 전파되었을 것이라는 추측과 여러 연구가 이루어졌고 그 내용이 앞서 소개드린 <한국전통연희총서 03 : 환술·장애물통과하기·역기>에 담겨있습니다. 훌륭한 연구 를 해주신 분들께 큰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더 자세한 내용과 이야기를 듣고 싶으신 분들은 꼭 한번 읽어보세요!

 

 
전체 7

  • 2023-03-28 16:21

    와우....


  • 2023-04-16 23:39

    와...


  • 2023-04-28 15:15

    좋은 글 감사합니다


  • 2023-09-28 13:25

    책도 한번 읽어보고 싶네요


  • 2023-03-28 21:00

    오우 좋은글 감사합니다


  • 2023-03-28 22:41

    몰랐던거 많이 알아갑니다


  • 2024-02-11 16:11

    홀리 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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