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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의 실패에 관하여

칼럼
작성자
 꿈판
작성일
2023-01-22 14:40
조회
1042
미리 얘기하겠지만 이 주제에 관해 난 나만의 결론 아닌 결론을 가지고 있으며 항상 수정 중이다. 이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 보았던 렉처나 인터뷰 등등을 여러분들에게 말해줄 수 있다. 하지만 같은 걸 보아도 다르게 생각하는 것이 인간이고, 그래야만 자신만의 결론에 도달할 수 있기에 나로서는 자료 제공 정도에 내 한두 마디가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한마디로 확실한 답은 당신이 찾아보아야 한다는 것.

많은 예술적, 오락적 장르는 실패라는 단어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완성된 결과물로 평가를 받는 그림, 사진, 음악, 영화. 뜨개질까지 실패를 하더라도 본인 판단과 의사에 따라서 수정하고 다시 제작하면 되며 어떤 경우엔 그냥 실패한 작품 그 자체로도 예술성을 부여받기도 한다.

하지만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연극, 춤, 노래, 저글링이나 차력쇼 혹은 스탠드 업 코미디까지 한순간에 실패해버리면 좋은 이야기가 나오기가 힘들다.

아무리 연습을 하더라도 순간적 착각이나 계산 착오. 의도치 않은 말과 동작에 , 어쩌면 정말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지만, 우연이나 막을 수 없는 자연재해로 실패를 할 수도 있다.

특히 마술. 그중에서도 많은 취미로 하는 클로즈업은 실패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크게 3가지 이유로 나뉘는데

1 . 마술의 특성상 트릭이 들키면 관객이 쉽게 실망함

- 노래나 춤의 경우 잘하는 사람들을 보면 ‘잘한다’ 혹은 ‘감동적이다’ 같은 평가가 나온다. 그런데 마술은? 위의 두 평가도 받겠지만 ‘어떻게 한 거지?’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그런데 이 ‘어떻게’를 들켜버린다면? 관객은 실망하고 어쩌면 연애도 친구관계도 저녁식사도 인생도 파티도 승진도 망칠지 모른다! (고 생각 할 수 있다. 다만 이는 후술하듯이 착각일 확률이 높다)

2 . 상호작용이 너무 쉬움

- 아이돌이 춤을 출 때나 가수가 노래를 부를 때 관객이 보편적인 상식을 가졌다면, 노래가 나오는 도중 “아까 그 동작 다시 보여주세요” 하거나 마이크를 뺏어서 “이거 뭐 있는 거 아냐?” 할 일이 없다.

다만 마술. 특히 클로즈업은? 관객과 상호작용 과정에서 말도 안 되는 요구나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를 경우가 너무나 많이 일어난다! “내가 섞으면 안 돼?”라는 말을 안 들어본 클로즈업 마술사가 있을까?

3 . 기술적 실수들과 걱정

어렵거나 들킬 염려가 있는 기술들을 쓰며 , 세팅을 해둔 덱을 꺼내며 하는 여러 걱정들로 인해 망치거나 실수를 하는 경우이다. 마술사 한명마다 무조건 사례가 있을것이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까?

나를 어떻게든 실패 시키려는(것처럼 느껴지는) 관객들과 땀이 나오는 손바닥, 덜덜 떨리는 손가락을 어떻게 달래고 제어해야 하는 걸까? 우리는 실패라는 자연재해 앞에 무력하게 무릎을 꿇고 굴복을 할 수밖에 없는 걸까?

오랜 생각과 여러 경험. 렉쳐들을 종합해 해 결책을 생각해 본 결과 2가지 테마로 나눌 수 있었는데 관객과 연습이다.

1 . 관객으로 인한 실패들과 예방법.

‘착한’ 관객들의 엉뚱한 요구들이나 돌발행동으로 인해 실패하는 경우가 있다. 누구를 탓하기도 어려운 것이, 이 관객들의 이 말들이 마술사를 화나게 하려고 하는 말들이 아니라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아까 얘기했듯 “제가 섞어도 돼요?" 혹은 “바꿔도 되나요?” 정도가 있겠다.

혹은 반대로 ‘그냥 날 골탕 먹이려고 작정한’ 관객들의 여러 요구도 있을 것이다. 카드를 찢고 “그거 아닌데?”라고 거짓말을 하며 협조적이지 않은, 그런 심술 난 관객들도 있을 수 있다.

이에 관해서 다른 마술사들의 렉쳐들중 내게 꽤나 영감을 준 건

엄준혁 마술사 - 파워플레이

핏 하틀링 - 카드 픽션 ( 퍼포머 모드, 미끼 던지기 )

헤카테 - 리마커블 (비공개 해법 영상 중 ricochet이라는 파트)

제프 맥브라이드 - 쇼 닥터

등등이 있다.

위 렉쳐들을 보며 느끼고 생각한 건 ‘관객과 대립을 하면 힘들어진다’ 정도로 요약된다.

어떻게 관객을 내 편으로 만들고, 심지어 내가 원하는 말을 할 수 있게 제어할 수 있을까? 가 궁금하다면 위 렉쳐들을 추천한다. 개인적으로는 (마술을 제외하고 이론적으로만 보면) 파워플레이와 카드 픽션을 추천한다. 위 리스트에는 없지만 ‘티칭 매직’ , ‘마스터링 디 아트 오브 매직’ 역시 추천할 수 있겠다.

2 . 본인의 마인드나 연습부족으로 인한 실패들

반대로 관객과 상호작용에는 큰 문제가 없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관객 참여를 최소화 한 마술을 할 수도 있고, 원래부터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에 부담감을 안 느끼는 재치를 가진 사람일 수도 있다.

다만 기술을 씀에 있어 연습부족으로 인해 실패 확률이 높거나 본인의 긴장감으로 인해 해야 할 순서나 기술들을 까먹는 경우이다. (필자도 연습 안 하고 계속 꺼내며 실패를 종종 한다)

인정한다. 연습은 귀찮고 힘들다. 심지어 '기술' 도 아니고 '마술'을 연습하는 건 더욱이 힘들다. 굳이 연습을 해야 하나? 싶은 것들도 굉장히 많다 (하지만 모두 알고 있다, 해야 한다는 것을)

이 경우엔 사실상 90% 이상이 마인드에 관한 부분이다. 내 경험과 여러 이야기들, 렉쳐들을 보며 얻은 결론은 다음과 같다.

첫째. 너무 걱정하지 말라

걱정의 70%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관객이 화염방사기를 꺼내서 내 카드를 불태워 버리면 어떡하지?’ 같은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실패 역시 너무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가 하는 건 단지 취미며 연봉 인상이나 결혼, 핵무기 발사 버튼 관리 같은 일과 상관이 전혀 없다.

실패를 한다고 어느 나라에 미사일이 발사되지도 않고, 집이 불타는 것도 아니며 끔찍한 고문을 당하지도 않는다. 정말이다! 그러니 마음을 편히 먹고 해보는 걸 추천한다. 실패하면 어떤가? 다음에 성공하면 되는 법이다.

--

둘째. 연습을 늘리고 비관을 줄여라.

‘반응이 별로면 어쩌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이건 연습을 안 한 건데”라던가 “이건 별로 안 신기할 텐데” 같은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대본의 대사가 아니라 진지하게..) 일종의 자기방어 기제, 소위 말하는 보험을 깔고 시작하는 것이다.

특히 마술인들끼리 모였을 때 이런 말을 먼저 하고 보여주면 개인적으로는 좀 슬프다. 사실상 ‘신기해하지 않아도 괜찮아’ 정도로 본인을 위한 말이겠지만, 듣는 관객 입장으로써는 신기할 것도 안 신기해지는 그야말로 마술의 주문이다.

마술하는 사람은 정말로 연습을 안 하고 별로 안 신기해할 것이라도 일단 보여주려 마음을 먹었으면 그냥 보여주는 게 맞다고 생각을 한다.

-

이상으로 실패에 관한 개인적인 생각들에 대해 글을 써보았다.

이 글을 읽고 실패에 대한 부담감을 줄여 좋은 마술을 보여주길 바란다.

끝으로 필자가 실패에 관한 가장 좋아하는 어록을 쓰며 글을 마치겠다.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

어쩌면 지금의 실수와 실패는 다음 마술의 대성공을 위한 밑거름일지도 모른다.
전체 12

  • 2023-01-22 17:19

    좋은글이네요


  • 2024-02-11 16:51

    좋은 의견!


  • 2023-01-24 20:23

    저도 이런걱정이 있었는데 파워플레이에 잘 설명돼있더라고요


  • 2023-01-22 16:04

    많이 생각하게 되는 글이네요


  • 2023-01-22 18:43

    ㄴㅇㄱ


  • 2023-01-22 20:25

    저는 대부분의 마술 실패가 자연 재해가 아닌 연습, 공부 부족이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실패를 하지 않고 싶다면, 위 글에 적힌 것 처럼 연습도 안한 것들을 굳이 관객에게 보여주려는 시도만 하지 않아도 많이 줄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마술을 보는 관객에게 미완성된 마술을 보여주는걸 즐기는게 아니라면 말이죠

    그리고 마술인들 사이에서는 서로 보여주는 이유가 정보 공유의 목적도 있을 텐데, 아직 숙달이 덜 된 상태라면 본인 때문에 이 마술의 진가를 못 알아볼까봐 걱정해서 등 단순 자기방어가 아닌 여러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유튜브 아르카나 채널 인기 동영상 2위를 자랑하는(..) 베벨 마술사의 영상은 이미 많이들 보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https://youtu.be/RutTrVOCXXU

    저는 이 영상을 처음 봤을 때 아무 이질감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관객은 마술사가 앞으로 무엇을 할지 모르고 있습니다
    실수를 했을 때 대처가 가능한 방법을 숙지 해 두는 것이 실용적인 조언 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 2023-01-23 10:34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저도 정보공유의 목적으로 보여주는건 굉장히 긍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 2023-01-22 22:39

    며칠 전까지 화염방사기를 소지한 관객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 글 덕분에 걱정이 사라졌습니다 작성자분 감사합니다


    • 2023-01-23 01:21

      ㅋㅋㅋ


    • 2023-01-23 16:32

      ㄴㅇㄱ


  • 2023-01-23 06:50

    좋은글 감사합니다


    • 2023-01-23 16:32

      그로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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